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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버섯/버섯이야기

[스크랩] "모든 이들과 `버섯세계` 나누고 파"

by 우산돌이 2007. 6. 7.


[토요일에 만난 사람](44) 제주 야생버섯에 빠진 고평열씨


입력날짜 : 2007. 06.02. 00:00:00

▲5월의 마지막 날 한라산 관음사 야영장에서 만난 고평열씨. 제주의 버섯 연구가 전무한 현실에서 다소 부담도 되지만 행복하단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식용불명 버섯 직접 먹으면서 확인

독학 넘어 늦깎이 대학생으로 변신


 "오늘 내가 발견한 버섯은 그 생김새가 말똥버섯과 비슷하면서도 버섯도감에는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 않다. 식용불명이다. 먹어도 될까. 직접 확인해 보자. 구워서 먹어 볼까? 식당 단골 손님이 맛있겠다며 자기도 달란다. 손님에게 1/4을 잘라 건네고 나머지는 내가 먹었다. 맛이 괜찮다. 밤 9시쯤. 신호가 왔다. 배가 너무 아파 몸을 가눌 수가 없다. 결국 병원행. 하지만 도감의 내용을 새로 썼다는 만족감에 아픈 미소를 지었다."

 제주의 야생버섯 전문가 고평열씨(46·여)가 털어놓은 버섯에 얽힌 가장 '아찔한' 에피소드의 한 토막이다. 듣고만 있어도 버섯에 대한 열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고씨는 제주에서 야생버섯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갖춘 전문가다. 2002년부터 한라산과 오름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두문불출하다가 제주 야생버섯에 푹 빠졌다.

 다음해 호텔조리사 일을 그만두고 곱창전골식당을 열었다. 이곳저곳 사진기를 둘러매고 야생화와 버섯 사진을 찍으러 다닐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고씨는 직접 돌아다니며 버섯사진을 찍고 도감을 찾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균학회에 가입해 버섯에 대한 연수도 받으러 다니며 독학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그녀가 채집한 야생버섯이 3백여종. 사진으로 찍어놓은 버섯만 해도 5백여종에 5만여장이나 된다. 고씨가 운영하는 '제주의 버섯'이라는 카페(http://cafe.daum.net/jejuorumi)에는 그녀의 버섯에 대한 열정이 오롯이 담겨있다.

 또 버섯에 대한 이같은 열정은 2년여간의 식당일을 접고 대학문을 두드리게 만들었다. 2005년 제주대학교 식물자원학과에 편입학한 고씨는 현재 버섯에 대한 공부가 한창이다.

 고씨는 "자신이 직접 채집하고 사진에 담은 버섯들 중 1/3 정도가 버섯도감에 나와있지 않았다"면서 "미기록 종 뿐만 아니라 학회에 보고됐다 하더라도 자료가 부실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체계적인 버섯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녀는 한라산과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곶자왈에 대해서도 대단한 애착을 보였다. 한라산은 아열대, 온대, 한대 식물이 수직으로 분포하고 강수량이 풍부해 야생버섯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1만5천여종의 버섯이 보고된 가운데 실제로 1천여종 이상이 제주에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씨는 2005년부터 영산강환경청의 의뢰를 받아 '자연생태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일주일 중 5일은 제주의 오름과 곶자왈 등지를 돌아다니며 일반인들에게 야생화와 버섯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제주 야생버섯이 제주의 자연생태에서 살아가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게 너무 행복하다는 고씨. "제주 야생버섯에 대한 모든 것을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최태경기자 tkchoi@hallailbo.co.kr

출처 : 팽이의 정원
글쓴이 : 팽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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