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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버섯/버섯이야기

[스크랩] Untitled 펌 글

by 우산돌이 2008. 6. 24.
 


                                                  사진제공: 고평렬


“알고 이해하는 것만큼 사랑은 견고하게 다져지리라.”
오름과 곶자왈을 누비며 버섯의 존재를 세상으로 알리는 생태해설사 고평렬씨를 만난 직후 떠오른 말이다.


가을이 깊어갈 무렵 그녀와 동행하며 아이들이랑 오름과 수산곶자왈을 탐사한 일은 제주의 들판에 대한 나의 무지한 의식을 흔들어 깨워 준 특별한 경험이었다.
  언제 가 보아도 들은 제 생명을 인고(忍苦) 속에서 유지하다 길섶을 누비는 우리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다양한 빛깔의 들꽃들은 언제든 오름으로 달려오라는 말없는 메시지를 준다. 보랏빛 산박하, 노란 빛무리로 피는 짚신나물, 요염한 보랏빛의 고운 자태 섬잔대, 풀숲에서 청초하게 피어나는 물매화, 붉은보랏빛의 나비나물, 오름들판까지 피어나는 노란 개민들레, 가시돋힌 보랏빛 엉겅퀴….


오름에 들어서는 길가에 잡풀들이 발에 밟힌다. 그러나 이 웬만한 잡풀이 옛날에는 약으로 쓰였다는 설명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피막이라는 풀은 지혈이나 염증을 방지하는 데 쓰였고, 반하는 천마성과 식물인데 뿌리에 독이 있다는 말에 아이들은 소리지르며 놀란다. 흔히 떼지어 피어나는 잎이 동그란 병풀은 상처 치유에 쓰이고 분홍빛의 예쁜 꽃의 이질풀은 소나 말이 설사났을 때 쓰였다는 걸.
  동검은 오름을 오르다보니 앞서가던 한 아이가 되돌아보며 질문을 한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음 그것은 젖버섯아재비라 하는데 독은 없지만 식용 가치도 없는 버섯이란다.”
  다가가보니 황적갈색의 버섯이 5-6개가 피어있었다. 상처를 내면 하얀 유즙이 나온다고 덧붙인다.
  그녀에 따르면 우리나라 버섯은 1600여종이고 제주에는 7-800종이 분포해있단다. 버섯은 곤충이, 그 중에서도 달팽이나, 거미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라고 한다. 또 파리나 초파리도 좋아한다. 조금 가다가 좀말똥버섯이라는 버섯도 보았다. 이것은 가장자리의 포자가 검어서 뒷면이 검은데 이것을 사람이 먹으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고 한다. 이 작은 균사체가 사람의 심장을 멈추게도 할 수 있다는 말이 호기심의 뇌관을 자극한다. 조금 더 올라가니 비교적 밝은 빛깔의 큰갓버섯을 보았다. 식용가치가 있단다. 목도리방귀버섯도 생김새가 유별났다. 색깔은 회갈색이면서 귤껍질을 정수리에서부터 벗기다 만 귤처럼 동그란 알이 둥우리안에 소담스레 놓인 것 같은 모습이 귀여웠다.


곶자왈 속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버섯들이 무수히 많다는 그녀는 제주의 모든 버섯들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하다. 가까운 옛날만 하더라도 아무 쓸모없는 땅이라고 치부해오던 곶자왈은 버섯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을 품고 생명의 지하수를 품으며 제주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음이다.
  제주의 야생버섯은 알수록 오묘하고 깊고 아름다운 매력 때문에 시간도, 장소도 묻지 않고, 성도 나이도 잊고 달려간다는 열정은 어디에서 발원되는지 갸우뚱거려진다. 인터넷의 다음 까페에서 제주야생버섯의 존재를 알리며 제주사랑의 마음을 뜨겁게 실천하는 그녀에 비해, 제주에서 태어나 50이 넘도록 자라며 제주를 사랑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난 그 실천을 무엇에다 두고 있는지 얼굴이 붉어진다.
  우리가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버섯종류들을 직접 관찰하며 설명을 듣고 돌아오는 길은 내가 오름의 중심에 있는 게 아니라 오름이 나의 중심에 있다는 뿌듯함이 가슴 한 켠을 스치고 지나갔다.

출처 : 자연생태 해설가 팽이의 정원
글쓴이 : 팽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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