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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이의 행방불명(능이의 어원)

by 우산돌이 2013. 3. 4.

아름다운 버섯나라

<버섯이야기 57 > 고전속의 버섯(6 )

 

능이의 행방불명(능이버섯의 어원)

 

 

우리나라에서 버섯 순위를 말할때 1능이 2송이 3표고라는 말이 있다. 물론 선호도에 따라 순서는 바뀔 수가 있지만 세버섯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버섯임에는 틀림없다. 세버섯 모두 향이 강하고 씹는 맛이 좋으며 맛이 좋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표고는 목재부후균으로 예로부터 나무를 이용하여 재배되어 왔으며 능이와 송이는 외생균근균으로 재배가 안되어 자연산밖에 없다.

그 중에서 능이는 향이 강하고 다른 버섯과는 색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냄새로 능이를 찾을 만큼 능이향은 독특하며, 갓 위에 두꺼운 침을 두루고 주름 대신 작은 침이 무수히 나있는 것이 처음 본 사람들에게는 기괴하기까지 하다.



 

학명은 Sarcodon aspratumSarcodon은 '살로 된 이빨'이란 뜻으로 버섯의형태를 말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가죽질같다 또는 향이 좋다는 의미로 코우타케(コウタケ。革茸 /香茸)라 하며, 한편 털이 나 있는 것이 사슴의 녹각과 비슷하다 하여 씨씨타케(シシタケ。鹿茸 녹용)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갈자육치균(褐紫肉齿菌)이라고 하며 '갈자색 조직에 치아을 가진 균'이란 뜻이다. 버섯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능이는 가을에 소나무가 섞여있는 활엽수림, 특히 참나무류 숲의 북동방향 경사면에 군생한다.
중대형의 버섯으로 갓은 나팔꽃처럼 핀 깔대기모양이며, 가운데는 줄기의 기부까지 깊숙이 뚫려 있다. 표면에는 삼각모양의 인편이 밀생한다. 전체가 연한 갈색 또는 흑갈색, 흑홍색이고 건조하면 흑색으로 된다. 아랫면의 침은 길이 1cm 이상으로 자루의 아래까지 있다.


능이는 귀한 버섯으로 여기며, 고기먹고 체했을 때 민간약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데친 물을 화장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요리시는 갓이 벌어지지 않은 유균은 그대로 요리해도 좋으나, 반개한 버섯 이상은 적당히 찢어 데쳐서 물은 버리고 건조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그대로나 찢어서 말린 후 요리전 데치는 방법이 있다.

생으로 먹으면 중독되므로 필히 굽거나 데쳐서 익혀 요리해야 하며, 구이, 무침, 찌개, 닭백숙, 버섯밥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이렇게 진중한 능이가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고전속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능이가 행방불명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진상품이나 토산품으로 송이, 맥송심, 향심, 석이, 복령, 영지, 목이, 지초(芝草 : 영지), 진이(眞茸 : 느타리 ), 오족이(鳥足茸 : 싸리버섯) 등 많은 버섯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능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의약서인『동의보감』(1613년)에도 목이, 표고, 석이, 송이, 복령,저령, 마발(말불버섯류) 등 버섯에 관한 내용이 탕액편 채부(菜部)/초부(草部)/목부(木部)에 기록되어 있다. 능이도 민간요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나타날 만하지만 어디에도 능이는 없다.

또한 농사요결서인 『증보산림경제』(1766년), 『농정회요』(1830년), 『임원경제지』(19세기초)
이나 요리서인『음식디미방』(17세기중엽),규합총서 』(1809년) 에도 능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글쓴이가 유일하게 확인한 능이의 기록은 19세기 중엽 이규경(李圭景)이 저술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소심변증설(笑辨證說) 에 나와 있다.

소심(笑蕈)이란 말 그대로 웃음버섯이란 뜻이고 독버섯을 칭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버섯중 먹을 수 있는 버섯은 마고(蘑菰)【방언 표고(蔈菰)】일명 향심(香蕈)。 웅이(熊茸)【방언 능이(能耳)】석이(石茸)【바위 위에 난다】이다'

(원문 : 菌之可食者。如蘑菰。【方言蔈菰】一名香蕈。熊茸、【方言能耳】石茸。【生岩上】)

 

이중에서 표고, 석이는 예로 부터 유명한 버섯으로 버섯의 형태와 산지, 요리법 등 다양하게 고전 속에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능이는 이곳에만 나와 있을 뿐 다른 고전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능이를 식용하였다는 사실은 이로 인해 알 수 있다.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소심변증설(笑蕈辨證說)에서 발췌

 

웅이(熊茸)의 한자를 살펴 보면 웅(熊)은 '곰'이란 뜻이고 이(茸)는 버섯이란 뜻으로 실제 음은 '무성할 용'이나 버섯을 지칭할 때는 습관상 '이'로 읽는다. 방언으로 기록된 능이(能耳)를 살펴 보면 능(能)은 '능하다'라는 의미 외에도 '곰'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으며 이(耳)는 '귀 이'로 버섯을 말한다. 따라서 둘다 '곰버섯'이란 뜻이다.

 

시중에 능이가 능선에서 나서 능이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은 그냥 우스개소리일 뿐이다.
능이의 어원은 '곰버섯'
으로 그것이 한문으로 기록상 웅이, 능이가 된 것이고, 그러던 것이 속세에서 쓰는 말 그대로 '능이'로 굳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능이는 우리나라 고전의 기록상 나오지 않는 것일까?

일본의 자료를 찾아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같아 자료들을 살펴 보았다. 일본에는 능이의 자료가 비교적 많이 나와 있다.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1712년경) 에서 능이를 코우타케( 革茸 : 혁이 ) 즉 '가죽버섯'이라고 하였으며, 또는 쵸타케( 猪이 : 저이 ) 즉 '멧돼지버섯'이라고 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맛은 다소 쓴데, 횟물로 데쳐서 초무침으로 먹는다. 맛은 순하고 맛은 없다. 그러나 부패하기 쉽다. 그래서 말려서 판매한다.'라고 되어 있다. 예전부터 능이는 건조하여 보존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본조식감(本朝食鑑)』(1697년)에는 '능이를 식용하여도 중독되지 않는데, 진장기의 '독버섯의 정의'《하기 정의 참조》에 따르면 독버섯인데 왜 탈이 없는지 모르겠다' 라고 의심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화가식물본초(和歌食物本草』 (1630년)에서는 '독이 있으나 먹고 싶으면 조금 취한다'고 되어 있다.

일본의 『본초도보(本草圖譜)』(1828년)에는 '가와타케(皮茸) 또는 씨씨타케(鹿茸)라고 하며, 생으로 먹으면 독이 있다.'라고 하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능이를 식용으로 하는데 소극적인 자료가 많다. 즉 능이는 일본에서는 독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식용버섯으로 그다지 인기가 높은 버섯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당나라 때의『본초습유(本草拾遺)』(739년) 저자 진장기(陳藏器)는 ' 밤에 빛을 내는 버섯, 화려하면서 벌레가 없는 버섯, 삶아도 익지 않는 버섯, 삶아서 사람에게 비치어 그림자가 없는 것, 위에 털이 있고 밑에는 무늬가 없는 것, 위로 말리고 적색인 것은 유독하여 사람을 죽인다.'라고 독버섯을 정의하였다.

『본초도보』채부(菜部) 권53에서 발췌

 

이 내용은 불변의 진리로 여겨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本草綱目)』(1596년)에도 소개 되었으며,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의학서인『동의보감』, 농사요결서인 『증보산림경제』, 요리서인 규합총서 』등에서 '독버섯의 정의'로 널리 인용되어 왔으며 금세기까지 전해 내려 왔다.

 

따라서 능이도 위 독버섯의 정의 중 '위에 털이 있고 밑에 무늬가 없는 것'과 '위로 말리고 적색인 것'에 해당되어 예전에는 독버섯으로 여겨진 것으로 보여진다.

 

해방후에 임업시험장에서 최초로 256종을 수록한『한국산균류목록(韓國産菌類目錄)』(1957~1959년)이나, 해방후 최초의 도감으로 228종을 수록한原色韓國 버섯圖鑑』(1959년)에도 상기 고전에 나타 난 버섯이 대부분 등장하나 능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한국말버섯이름통일안(한국균학회지.1978년12월.통권10호)에 '향버섯(능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결국 능이는 조선시대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던 버섯이었고, 현대에 이르러 각광받는 버섯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능이(能耳)의 어원은 '곰버섯'이며, 능이는 조선시대에는 주목받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는

첫째 당시에는 독버섯으로 취급되어 그다지 인기가 없는 버섯이었을 수 있다.
모양이 기괴하고 전해 내려오는 '독버섯의 정의'에 해당하여 독버섯으로 간주되어 널리 식용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일부에서 식용은 하였으나 소극적으로 대한 것같다.

둘째 그 발생량이 적어서 주목받지 못하였다.
조선시대의 식생이 지금과 달랐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조선시대에는 근린 산의 식생이 활엽수보다는 소나무 등 침엽수가 많아서 능이 발생 조건에 맞지 않아 능이 발생 수량이 적었는 지도 모른다. (자료 부족으로 확단 할 수 없다.) 따라서 조선왕조실록의 특산물이나 조공물에도 등장하지 않았고, 기타 고전에도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능이의 독특한 향기 및 좋은 맛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가을철이 되면 버섯애호가들은 송이채집과 더불어 능이채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역시 시대의 변천에 따라 강산도 변하고 사람의 입맛도 변하는 가보다.

 

* 상기 결론은 글쓴 이의 추론으로 참고만 하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동의보감』탕액편·천지운기문 / 2011.2.21 / 양승엽/ 도서출판 물고기
『산림경제(홍만선저)』번역본 / 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萬物篇 / 草木類 菜種-笑蕈辨證說 /이규경(李圭景) -한국고전종합DB(한국고전번역원)
『임원경제지 관휴지(서유구저)』/ 2010.9.30 / 노평규.김영역주/소와당
『조선왕조실록』/국사편찬위원회 (
http://sillok.history.go.kr/main/main.jsp )
『증보산림경제 II』/ 2003 / 농촌진흥청
『한국산분류목록 I, II, III』임업시험장조사보고/ 1957.5~1059.4 / 이덕상, 이용우 / 임업시험장
『원색한국버섯도감』/ 1959.3 / 이지열, 이용우, 임정한/ 배문각
한국말버섯이름통일안』/ 1978.12.(통권10호)/ 한국균학회지
『버섯의 선호도와 동서양의 버섯 100가지』/
2010.11(산림 통권538호) / 가강현/ 산림조합중앙회
『きのこ博物館』/ 2003.9.10/ 根田仁/(株)八坂書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