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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버섯/버섯이야기

우리나라의 버섯재배 및 분류에 대한 역사 - 이태수박사님 글

by 우산돌이 2012. 2. 13.

 

< 본글은 이태수박사님의 글로 허락을 받아 게제하오니 버섯애호가들의  많은 참고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버섯재배 및 분류에 관한 과거 역사는 버섯 관계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못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버섯 재배 및 분류에 관한 역사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학자나 재배자 또는 관계자들의 수많은 노력과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역사에 대한 고찰은 앞으로 미래의 버섯연구(분류 포함) 발전에도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므로 간단히 요약코자 한다. 또 버섯분류사는 버섯의 채취, 이용 및 재배연구에 포함되어서 발전되어온 것이므로 과거의 버섯 채취, 이용 및 재배연구에 대해서도 함께 기술코자 한다.

 

1. 조선시대 및 그 이전

우리나라의 버섯에 관한 기록으로는 삼국사기(三國史記-金富軾 저)에서 성덕왕(聖德王) 3년(703년)에 웅천주(공주)에서 금지(金芝)를 진상하였고(三年春正月 熊川州 進金芝), 7년(707년)에는 사벌주(상주)에서 서지를 진상하였으며(七年 春正月 沙伐州 進瑞芝), 23년(724년)에는 웅천주(공주)에서 서지(瑞芝)를 진상하였다(熊川州 進瑞芝)고 기록하였는데, 이들이 어떤 버섯인지 현재로서는 알지 못하고 있다. 후에 이덕상∙이용우(1958)는 금지(金芝)를 나무에 나는 목균(木菌), 서지(瑞芝)를 땅에서 나는 지상균(地上菌)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삼국사기의 짧은 기록만으로는 이들 버섯이 어떤 버섯인지 알기 어렵다. 다만 삼국사기에서 성덕왕(聖德王) 조에만 유독 3번씩이나 버섯에 대한 기록을 한 점으로 미루어 보면, 성덕왕이 버섯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졌던 왕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 이들 버섯이 모두 음력 1월에 진상된 것에 비추어 보면, 버섯 발생시기가 아닌 겨울철에 뜻밖에 상서롭게도 귀한 버섯을 채취한 경우로 보이며, 이 중에는 최소한 수개월 이상 저장될 수 있고 변질이 되기 어려운 딱딱한 종류의 버섯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조선조(朝鮮朝) 초기 윤회(尹淮), 신장(申檣) 등이 편찬한 세종실록지(世宗實錄地理志, 1453년)에는 당시 주요 표고 산지로서 경상도 12개소, 전라도 13개소 및 제주도 등 26개소를 기록하였고, 송이산지로서는 황해도와 함경도를 제외한 전국 6개 도(道)에 49개의 산지를 기록하고 있다. 표고와 송이 외에도 진이(眞茸: 능이버섯 추정), 조족이(鳥足茸: 싸리버섯 추정), 복령(茯笭), 복신(茯

 

 

神: 복령 중에서 소나무 뿌리가 들어 있는 것), 석이(石茸) 등의 주산지가 기록되어 있다.

 

성종 12년(1481년) 노사신(盧思愼) 등이 쓴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과 중종 25년(1530년) 이행(李荇) 등이 저술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전국적으로 95개소의 송이 산지(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2개소 추가)와 36개소의 표고 산지 (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는 10개 지역 추가)가 기록되어 있으며, 전술한 진이, 조족이, 창이 및 복령 산지에 대해서도 좀 더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허준(許浚, 1613)이 발간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송이에 대해서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다. 독이 없고 맛은 소나무 냄새를 포함하고 있어서 매우 향기롭고 뛰어나다. 산중에 오래된 소나무 밑에서 소나무의 기운(松氣)에 의탁해서 생기는 것으로 버섯(木茸) 중에서 으뜸이다”(松茸性平味甘無毒 味甚香美有松氣生 山中古松樹下假松氣而生 木茸中第一也. 俗方)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표고(蔈菰), 목이(木耳), 괴이(槐耳), 상이(桑耳), 석이(石耳), 균자(菌子) 등에 대해서도 요약된 설명과 약리적 효능을 기록하고 있다.

 

유중임(柳重臨, 1766)이 쓴 농업백과사전인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표고버섯의 인공재배법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참나무를 벌채하여 음지에 두고 6,7월에 짚이나 조릿대 등으로 덮어주고 물을 뿌려 주어서 항상 습하게 놓아두며, 때때로 도끼머리로 때려서 버섯을 움직여 주면 표고가 쉽게 발생된다...”고 기술하였는데, 이는 표고가 나는 부근 산지에서 참나무를 베어서 눕혀두고 여름 철 비가 오는 시기에 벌채한 참나무를 도끼머리로 두드려 주게 되면 부근에 발생된 표고에서 수많은 포자가 비산되다가 도끼머리에 상처 받은 부분에 쉽게 부착이 되고 또 쉽게 포자 발아가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강원도나 전라도 지방에서는 “바람표고 재배법”이라고 해서 지금도 몇몇의 사람들이 실제 하고 있는 방법이다.

 

유중임(1766)의 증보산림경제 내용은 중국의 왕정(王禎)이 기술한 농서(農書, 1313년)와 유사한 방법이 기술된 것이다. 또 한국 보다 약 30년 늦게 일본의 사또(佐藤成裕, 1796년)가 기술한 경심록(驚蕈錄)에 나무를 벌채하여 칼로 흠집을 낸 후(蛇目), 수년 간 눕혀 두었다가 버섯이 잘 난 부분을 토막쳐서 물을 뿌려주기도 하고 나무를 두드려 주기도 하는 산도식 재배법(山刀式 栽培法) 필사본(筆寫本)이 남아 있기도 한데, 이는 아마도 중국에서 기원한 표고재배법이 한국으로 전해지고, 또 한국에서 발간된 책자 증보산림경제의 재배기술이 일본으로 전해져서 일본에 맞는 방법으로 바뀌어 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송이버섯에 대해서도 음력 7,8월에 따는 송이와 밀이 익을 때 및 7,8월에 잡목림에서 따는 다른 종류의 송이가 맛이 같다고 하였으며(아마도 여름 송이이거나 소나무가 드문 드문 있는 잡목림의 송이일 것으로 추정), 생송이의 장기 보관 방법, 염장방법(鹽藏方法) 등을 기록하고 있다.

 

2. 일제 강점기 시대

일제 강점기 시대의 균류 연구는 당시 모든 교육과 연구를 주도하였던 당시 고등교육기관이었던 수원고등농림학교(水原高等農林學校)와 조선총독부 산하의 임업시험장(林業試驗場)을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다.

 

수원농림학교 교사이던 우에키(植木, 1919)는 조선휘보지방보(朝鮮彙報地方報) 제25호에서 조선의 구황식물(救荒植物) 중 목이, 싸리버섯, 꾀꼬리버섯, 그물버섯, 송이, 느타리, 표고, 갓버섯 등 전형적인 식용버섯 21종을 다른 구황식물에 포함하여 소개하였다.

 

우리나라의 버섯재배와 버섯 분포지 조사는 1922년 임업시험장의 이원목(李元睦)씨가 표고 인공증식 시험을 시작한 것을 시초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원목씨는 당년 전국의 표고 발생지 분포조사를 하였는데, 우리나라의 표고버섯은 종래에 알려져 있던 지리산 부근의 남부지방 뿐 아니라 강원도 평창 등 5개의 군과 함남의 안변, 함북의 경성 등 전국적으로 자생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원목씨는 표고의 인공재배를 위해서 1923-1929년간 골목(榾木)에 칼로 흠집을 낸 원목과 버섯이 나고 있는 버섯나무(種木)을 섞어두는 종목혼입법과, 원목에 칼로 흠집을 낸 후 포자액을 뿌려주는 포자액 주입법, 포자액 대신 배양한 균사액을 뿌려주는 균사액 주입법, 버섯이 나고 있는 골목을 가늘게 쪼개어 원목에 타입(打入)하는 종목감입법(種木嵌入法)을 비교 시험했는데, 종목감입법이 가장 효과적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1929년 부터는 광능에서 종목감입법으로 육성한 표고 골목을 전국 20개 지역에 분양하고 종목감입법을 보급, 교육함으로써 표고재배 기술을 전국 농가에 보급 확산시켰으며, 이같이 생산된 표고가 일본으로 다량 수출이 되기도 하였다.

 

오카다(岡田, 1932)은 수원고농(水原高農) 창립25주년 기념논문집에서 수원과 인근지역에서 조사한 11종의 목재부후균류를 일본명, 채집연월일, 채집지, 채집자, 기주(寄主), 형태, 부후형태, 분포(지리적 분포)의 순으로 발표하였다(정학성, 한국균분류학사). 임업시험장의 이원목(李元睦, 1935)은 조선산림회보(朝鮮山林會報)에 올린 조선식용심급 유독균심(朝鮮食用蕈及有毒菌蕈)을 통하여 30종의 버섯을 사진 첨부하여 기재하고 버섯의 독성 유무에 따라 식용버섯과 독버섯으로 나누어 발표하였다. 같은 해 정태현(鄭台鉉)은 임업시험장보고에서 약용식물로서 복령을 소개하였다.

 

임업시험장(발행자 카부라키, 鏑木)에서는 1940년 간행한 선만실용임업편람(鮮滿實用 林業便覽)에서 톱밥종균을 사용하는 표고 원목재배법과 톱밥종균 자체를 이용하는 표고 톱밥재배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① 톱밥종균 만드는 법, ② 톱밥종균을 원목에 접종하여 원목재배를 하는 방법(원목재배법), ③ 종균병에서 배양한 톱밥배지를 꺼내어 톱밥배지에서 직접 버섯을 발생시키는 방법(톰밥재배법) 등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이는 오늘날에 하고 있는 방법과 거의 차이 없는 내용이 설명되어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총 163종의 버섯을 식용버섯 83종, 독버섯 10종, 식독 불명인 것 41종 및 목재 부후균류 29종으로 나누어 분류 설명하였는데, 그중 7종이 자낭균류이며, 나머지 153종이 담자균류에 속한다. 이 선만실용임업편람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종류의 균류가 종합되어 학술적으로나 실용적으로 우리나라 균류 연구에 크게 기여하였다.

 

다만 이 책에 기술된 독버섯의 분류법으로서 대가 세로로 찢어진다거나, 은 숟갈을 넣어서 색이 변한다거나, 색이 아름답다거나 하는 황당한 독버섯의 구분 방법이 기술된 것은 맞지도 않는 것이고, 또 이런 잘못된 기술이 전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잘못 독버섯을 먹고 사망까지 이르거나, 큰 낭패를 보게 된 점은 버섯에 대한 잘못된 설명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이어 조선총독부(林業試驗場 提供) 1943년 발행의 선산야생균심의 간(鮮産野生菌蕈栞)에서는 114종의 담자균류와 3종의 자낭균류를 식용버섯 92종과 독버섯 22종으로 구분하여 그림과 함께 게재하였는데, 일종의 균류도감으로서 균류 감정에 편리한 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다. 임업시험장(발행자 타카기, 高木)에서는 조선산균심도보 제일집(朝鮮産菌蕈圖報 第一輯)을 통하여 85종의 야생균류를 그림과 함께 발표하였는데, 이는 전술한 조선총독부 책자와 거의 중복된 그림이어서 선산야생균심의 간과 동일한 저자의 책자로 추정되고 있으며, 버섯의 영양가치, 생태, 채집요령, 식용버섯과 독버섯의 감별법, 버섯 식중독자의 응급처치, 버섯요리법과 저장법 등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3. 광복 이후

광복 이후 버섯 분류나 버섯 재배에 관한 연구는 중단되고 말았다. 그동안 임업시험장에서 임업의 특수임산(特殊林産) 분야로서 버섯의 연구를 주도해 왔지만, 광복이 되고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쫓겨 가게 되자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버섯관계 연구는 물론 각종 주요 연구자료를 거의 하루 종일 불로 태워버리고 도망치게 되어 버섯관계 연구 자료는 물론 임업관계의 연구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金永鍊前 林業硏究院 林産化學科長 證言. 林業試驗場 60年史). 광복 전에 거의 유일한 버섯 연구기관이었던 임업시험장의 자료를 일본인이 모두 불태우고 간 사실은 앞으로도 이런 귀중한 자료들이 한 곳에서만 전담해서 보관할 경우 소실되면 영원히 다시 찾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에도 임업시험장에서는 시급한 산림녹화 연구가 위주이었고 조림사업 연구가 위주이어서 버섯 연구는 중단되고 더구나 6.25 동란 등을 거치면서 임업시험장에서는 시급한 사방. 조림관련 및 목재이용, 산림보호 등의 연구가 우선시 되었고, 버섯에 관한 연구를 비임업적(非林業的) 연구로까지 생각하는 경향까지 있어서 버섯연구는 더 진행되지 못하였다.

 

1955년 경기도임업시험장의 김갑성(金甲成)이 표고의 순수배양종균(純粹培養種菌; 톱밥종균)을 배양하는데 성공하였다. 표고 톱밥종균의 순수배양 기술은 이미 선만실용 임업편람(鮮滿實用林業便覽)에서 상세히 소개된 기술이었으나 일본인들이 물러가고 이 기술이 끊어진 상태에서 김갑성이 다시 성공한 것이다.

 

원래 톱밥종균에 의한 원목재배의 기술 창안자는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못하다. 일본에서는 일본임업시험장의 기타시마(北島君三)에 의하여 1936년부터 톱밥과 쌀겨 등을 혼합하여 종균을 만드는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원목에 톱밥종균을 접종하여 자실체를 발생시키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의 연구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지 못하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의 임업시험장에서도 톱밥종균의 연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그에 대한 기술이 1940년도에 간행된 선만실용 임업편람에 상세히 기술된 점으로 볼 때 한국에서는 이 기술이 먼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모리(森喜作)가 나무를 쐐기형으로 잘게 잘라서 이것을 병에 넣고 배양한 종구(種驅) 종균을 1943년 개발하여 특허를 얻었으며, 이 방법은 접종이 간편하기 때문에 널리 보급되어 발명자는 큰 종균회사를 만들기도 하였다. 1947년 기와무라(河村柳太郞)은 톱밥종균을 원목에 접종하여 표고를 재배하는 표고 원목재배기술에 관하여 일본 특허청에서 특허권을 얻게 되었는데, 당시 이미 알려진 이 톱밥종균 접종 기술에 대하여 특허가 되었기 때문에 다른 버섯 연구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하였으나, 최초로 일본 특허를 받은 이 기술은 일본의 표고 원목재배에 획기적 기여를 하게 되었고 많은 표고버섯을 인공적으로 재배가 붐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같은 일본의 기술이 한국에도 알려졌기 때문에 경기도임업시험장의 김갑성은 이 표고 톱밥종균 배양기술을 새로 한국에서도 확립케 된 것이다. 이 기술을 토대로 1956년에는 동 임업시험장에서 표고종균 3,000 파운드를 배양하여 각도에 배부하는 한편, 기술지도를 하게 되었다. 1956년 임업시험장에서는 권영대가 경기도 임업시험장의 김갑성과 공동으로 표고재배 기술을 보급하기 위하여 “표고재배법”을 책자로 발간하기도 하였다.

 

정부에서는 국고보조로 종균배양시설을 중앙산림조합연합회 특수임산사업소에 설치하고 1957년도부터 표고 증식 제1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매년 25,000 파운드씩 종균을 생산하여 매년 1,000,000만 본씩 접종토록 하였다. 또 임업시험장의 권영대는 1967년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표고종균 배양과 재배연구를 발표하였다. 이응래는 1962년 “버섯재배” 책자를 발간하여 목이, 송이, 느타리, 표고, 팽이, 양송이 등 식용버섯의 재배법을 소개하였고, 1973년에는 “표고재배” 책자를 단행본으로 발간하여 표고, 느타리 및 목이재배 기술의 확립에 크게 기여하였다. 표고 및 송이 등 임산버섯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 정부와 일본 정부 간의 한∙일과학기술협력 과제사업(韓日科學技術協力 課題事業)의 일환으로 김영련∙이태수에 의해 1979년부터 임업시험장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이 사업에는 일본임업시험장의 오가와(小川 眞) 박사와 일본 경도임업시험장의 이또(伊藤武) 연구관이 많은 협조를 하여 주었다. 그 이후 임업연구원에서는 버섯과 균류를 전담하는 산림미생물과(山林微生物科)가 창립되고, 많은 연구성과가 이루어 졌지만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번다하므로 생략한다.

 

양송이의 재배는 1955년 경기도임업시험장에서 처음으로 시험재배에 성공하였고, 1959년에는 제주도에서 동굴식 반지하 재배에 성공하였다. 1964년에는 대한산림조합연합회 특수임산사업소에서 종균을 다량 배양하여 농가에 보급하였다. 그해 충북 음성군의 우성산업회사에서 양송이를 대량 재배하여 양송이 통조림 700$분을 수출하기도 하였다.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이 양송이시험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토록 지시가 내려져 먼저 일본의 양송이 재배기술자 후지누마(藤沼)를 초청하여 재배기술을 보급시켰으며, 1967년에는 재미교포 박재영(전 서울농대 교수)를 캐나다에서 초청하여 유럽식 재배법을 보급시켰다. 같은 해인 1967년 농촌진흥청의 농업기술연구소에 전담 연구부서인 균이과(菌栮科)가 설치되어 양송이에 대한 재배기술 연구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었다. 또 버섯 분류에 대한 전담연구자도 생겨 버섯의 분류 연구도 활발해 지게 되었다. 그 이후의 양송이 및 느타리 등의 농산 버섯에 대한 생산기술과 분류연구가 많이 이루어 졌지만 상세한 설명은 번다하므로 생략을 한다.

 

기초학문인 버섯 분류의 연구는 응용기술인 버섯재배 연구에 눌려서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임업연구원에서도 버섯과 균류전담의 산림미생물과가 설치되었지만 버섯분류 담당자를 별도로 배치할 형편이 되지 못하였다. 당시 버섯분류 등 기초적인 학문 보다는 당장 외국의 선진 버섯재배기술을 도입하여 국내에 보급하는 버섯 생산기술의 발전이 최우선 시 되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IMF 때에는 정부의 연구기관 축소에 우선 축소대상이 되어서 그나마 산림미생물과는 산림화학미생물과로 통합되고, 버섯연구는 버섯연구실로 축소되고 말았다. 정부의 구조조정이 있게 되면 힘 있는 부서는 피해를 덜 받지만 힘이 약한 연구기관이나 연구부서가 큰 피해를 받아왔는데, 앞으로 이런 폐습은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1957년 임업시험장의 이덕상과 이용우는 韓國産菌類目錄 Ⅰ에서 당시 광능시험림 및 각지에서 3년간 채집 조사한 버섯을 정리하여 111종(당시 분류체계에 따라 2문 3목 1아목 12과 6아과 44속 111종)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버섯 분류학사에 있어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논문으로 볼 수 있다. 다음 해(1958년) 韓國産菌類目錄 Ⅱ에서 96종을 추가로 기록하였는데, 그 중에서 50종은 국내 미기록종이었다. 저자들은 “記錄種과 未記錄種의 對照表”를 만들어서 기존의 기록종 262종에 저자들이 기록한 미기록종 50종을 합치면 한국의 기록종 버섯 총 수가 312종이라고 하였다. 다음해(1959) 韓國産菌類目錄 Ⅲ에서는 국내 미기록 49종을 추가 발표하였다.

 

1959년 배문각에서 간행된 이지열, 이용우, 임정한 3인 공저의 原色韓國 버섯圖鑑이 발간되어 228종의 버섯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들어 있는 도감다운 버섯도감이 발간되었다. 이 도감은 전에 총독부나 임업시험장 등에서 기관 내부배포나 관계자들을 위한 내부 자료용으로 발간한 버섯 그림이 포함된 빈약한 책자와 달리 일반인이 구입하여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도감이 발간된 것이며, 우리나라의 도감다운 버섯도감으로서는 최초의 획기적 업적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싶다.

 

임정한(1961)은 고려대학교 석사학위 논문을 통하여 광릉지역의 산림에 피해를 주는 목재부후균의 생태학적 조사를 하여 7과 34속 54종의 균류를 발표하고 국내 미기록종 5종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균 분류학을 다룬 최초의 학위 논문이다. 또 임정한(1968)은 韓國産菌類總目錄에서 38과 397종을 발표하고 이에 미기록종 5종을 포함시켰다.

 

이응래∙정학성(1968)은 과학기술처 과제인 韓國生物相에 關한 硏究의 일환으로 한국산 擔子菌類를 정리하면서 발표된 기존 문헌들을 종합정리하여 총 381종을 발표하고 13종의 국내 미기록종을 포함시켰다. 임정한∙김병각(1972)은 韓國産 高等菌類의 分類學的 硏究(Ⅰ)에서 총 386종을 보고하고 5종의 국내 미기록종을 포함시켰다.

 

1972년 한국균학회가 창립되고 다음해인 1973년도부터 한국균학회지가 창간됨으로서 버섯 분류에 관한 많은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이후의 균 분류에 관련된 수많은 발표 논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정학성의 仁嵓 洪淳佑敎授 追慕論文集(1990)에 실려 있으므로 참조하시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1978년 한국균학회에서 한국말 버섯이름 통일안 위원회를 발족하여 “韓國말 버섯 이름 統一案”을 제시하였고, 588종의 한국말 통일안에 따른 버섯명을 제시하였으며, 우리나라 버섯의 한국말 버섯이름을 작성하는데 다음의 원칙을 적용토록 하였다.

⃝ 기본종(type species)의 우리말 또는 학명을 속명으로 정하고 그 이름을 전 종명에 넣는다.

⃝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이름은 그대로 쓴다.

⃝ 식물병리학에서 사용하는 병원균명은 “한국식물 병,해충,잡초명감”(한국식물보호학회, 1972)의 것을 따른다.

⃝ 동종이명인 것은 엄선하여 괄호 속에 한 가지만 넣는다.

⃝ 간명 평이하고 우아한 표준말을 문법에 맞추어 기재한다.

⃝ 앞으로 국내 미기록종의 기재 시에는 이 원칙을 적용한다.

등이며, 새로운 통일안 제정 원칙을 적용한 우리나라의 고등균류 588종에 대한 학명, 기존명칭 또는 개칭을 정리한 목록이 제시 게재되었다.(Kor. J. Mycol.2(1): 43∼55.)

 

이후 이지열∙홍순우(1985)에 의한 문교부발행 “한국동식물도감 제28권 고등균류편(버섯류)”가 출판되었는데 523종의 버섯이 수록되었다. 성재모(1996)는 “한국의 동충하초”를 발간하여 70여 종의 동충하초 류를 수록하였고,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연구소(1987)에서는 박중수 등 8인의 집필과 편집으로 “韓國産 버섯類 原色圖鑑(Ⅰ)”을 발간하여 258종을 수록하였다.

 

이지열(1988)은 아카데미서적에서 발간한 “原色韓國버섯圖鑑”을 통하여 618종의 버섯을 수록하였고, 김삼순∙김양섭(1990)은 “韓國産버섯圖鑑”에서 325종의 버섯을 수록하였다. 박완희∙이호득(1991)에서는 400여종의 버섯과 9종의 점균류를 포함한 “한국의 버섯”이 발간되었고, 성재모(1996)는 70여 종의 동충하초를 수록한 “한국의 동충하초”를 발간하였고, 박완희∙이호득(1999)의 “한국 약용버섯도감”(교학사 간) 등이 발간되었다.

 

2000년도 이후, 성재모∙김양섭 등(2002)의 “강원의 버섯”(강원대학교출판부), 조덕현(2003)의 “원색 한국의 버섯”, 이지열(2007)의 “버섯생활백과”, 국립수목원 김현중·한상국의 광능의 버섯(2008),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석순자·김양섭 등의 “한국의 버섯”(2008), 이태수·조덕현·이지열의 ”한국의 버섯도감Ⅰ“(2010) 등 많은 도감이 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버섯의 개별 속(屬)에 대한 연구는 정학성(1974)의 서울대학교 석사논문인 韓國産 민주름目 균류에 대한 검토에서 170종의 민주름버섯목을 정리하고 8종의 미기록종을 기재한 것을 비롯해서, 조덕현(1993)의 한국산 외대버섯속의 분류학적 연구(東洋資源植物學會誌 6:2), 석순자(2000)의 성균관대학교 석사논문 한국산 난버섯속(GenusPluteus) Section Celluloderma의 분류에 관한 연구 및 석순자(2005)의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인 한국산 난버섯과(Family Pluteaceae)의 분류에 관한 연구 및성재모(1996)의 원색도감인 “한국의 동충하초” 등을꼽을 수 있다. 이같은 논문을 통해서 특정한 속의 많은 미기록종 버섯들이 발견되기도 하고 또 많은 신종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국내 미기록종 버섯이나 신종에 대한 기록은 크게 6가지로 분야로 나뉘어서 발표되어 왔다. (1) 새로운 버섯도감에 그림과 함께 등재하고 신칭 또는 개칭을 하는 경우, (2) 국내 연구기관에서 연구된 결과를 자체 연구보고서에 발표하는 경우(이 경우 공개 논문이 아니고 내부연구보고서일 경우에 별도로 공개를 하지 않으면 외부인으로서 알기 어렵다), (3) 각종 학술지에 발표하는 경우로 발표되는 학술지는 한국균학회지를 비롯해서 한국생물학회지, 한국미생물학회지, 대한미생물학회지,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지, 한국생물상연구지, 한국자연보존협회 조사보고서, 자연보존, 한국자원식물학회지, 자연실태종합학술보고서, 동양자원식물학회지... 등 수 십 가지에 달하고 있다. (4) 각 대학교 대학원의 석사논문 또는 박사논문으로 발표하는 경우(이 경우 발행부수가 수 십 부에 불과하므로 다른 학술지에 발표하지 않는다면 거의 찾아보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석·박사 논문은 해당대학 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정도에서만 찾아 볼 수 있을 뿐이다. 석·박사 논문에서 미기록종 또는 신종을 발표할 경우에는 반드시 학술지 등에 다시 발표를 해야 일반인이 알 수 있다), (5) 정부기관 용역사업보고서, 각 기업체 용역사업보고서, 특별한 단체의 용역사업 보고서에 발표하는 경우(이 경우에도 미기록종 및 신종에 대해서는 학술지 등에 재 발표가 필요하다), (6) 개인이 자비를 들여서 출판하고, 그 출판물에 등재하는 경우 등이다.

 

1978년 한국균학회에서 발표한 “韓國말 버섯 이름 統一案”에는 588종의 버섯 종(種)이 수록된 바 있음은 전술한 바 있다. 이후 각종 도감이나 수백 개의 논문을 통해서 국내 미기록종이나 신종 버섯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같이 발표되는 미기록종이나 신종에 대해서는 버섯분류를 연구 학자들도 일일이 알기가 매우 어렵다. 버섯 분류하는 사람 간에 서로 논문조차 구하기 힘든 일이 많아서 각종 도감이나 발표 논문을 어렵게 구해서 일일이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후 수많은 도감과 논문을 통해서 발표된 국내 미기록종과 신종의 버섯 중에는 발표자마다 한국명 버섯 속명을 다르게 붙인 경우도 있고, 같은 버섯을 중복하여 다른 이름으로 붙이기도 하였으며, 기왕의 속명을 따르지 않은 자기식대로의 버섯이름을 붙이기도 하여 혼란이 매우 심했다.

 

이태수(1990)는 각종 도감 및 문헌에 발표된 미기록종 버섯들을 수집, 정리하여 韓國 記錄種버섯 總目錄(한국균학회지 18:4)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에는 68과 261속 885종이 정리되었다. 그 후 임업연구원에서는 “한국기록종버섯 재정리 목록”(2000)을 이태수ㆍ이지열의 집필로 발간하였는데, 우리나라 기록종 버섯을 2 아문, 92과, 288속, 1,554종으로 정리하였다. 이 책자는 정부 연구기관에서 정리한 것이므로 개인 분류 연구자나 기관의 분류 연구자들은 정부기관에서 통합 정리한 이 책자를 최소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또 이태수∙윤갑희(2002)는 韓國林産버섯硏究會에서 발간한 韓 ∙日 버섯名 索引集에서 1,610종을 다시 정리하고, 한글명-일본명-학명의 색인을 하여 버섯의 이름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이지열(2005)은 한국기록종 버섯 추가목록(2001-2004)에서 55종 3변종의 버섯 목록을 추가하였고, 이진성∙정학성(2005)은 한국산 민주름버섯 기록종 목록에서 한국산 민주름버섯류 411종에 대한 명칭을 재정리하였다.

 

최근 세계적으로 균분류 및 버섯분류의 체계는 크게 바뀌게 되었다. 전에 버섯을 분류할 경우에는 자실체, 포자, 낭상체, 균사조직 등의 외형적 특징이나 현미경적 특징, 화학적 반응 특징 등에 따라서 특징이 유사한 것을 모아 분류해 왔으나, 이것은 다분히 인위적 분류 체계에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유전자 DNA에 대한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버섯의 분류도 버섯 종별로 DNA 분석과 DNA 유연관계(類緣關係)에 따라 분류케 됨으로써 전의 분류 체계는 크게 바뀌게 된 것이다.

 

CAB International에서 발간하는 “Dictionary of the Fungi 9th ed.(2002)"와 ”Dictionary of the Fungi 10th ed.(2008)"를 비교해 보면, 그 분류 체계가 엄청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전의 분류체계에서 사용하던 Fungi의 문(門; phyllum), 아문(亞門; subphyllum), 강(綱; class), 목(目; order), 과(科; family), 속(屬; genera), 종(種; species), 아종(亞種; subspecies), 변종(變種; varieties) 및 형태종(形態種; form, forma) 등에 대한 분류도 크게 바뀌었다.

 

이와 함께 인터넷에 올려진 "indexfungorum"에서는 “Dictionary of the Fungi 10th Ed."의 분류체계를 따라 새로 정립된 분류체계와 과명, 속명 및 학명을 제시하고 있다. 이 ”indexfungorum"은 국제균학회(IMA)와 500여 개의 연구소 및 개인이 참가하여 균류와 버섯의 LSID 명칭을 수 십만 개 새로 정리하였고, 이를 인터넷 사이트인 ”indexfungorum"에 게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각종 버섯 도감이나 논문 등에는 과거의 분류체계와 과거의 속명, 학명 및 한국말 버섯명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 최근 Dictionary of Fungi 10th ed.(2008)에 의해서 버섯의 문, 아문, 강, 목, 과, 속, 종의 분류 체계가 엄청 바뀌게 됨에 따라서 기존 우리나라 버섯분류 체계의 문, 아문, 강, 목, 과, 속, 종에 대해서도 많은 신칭과 개칭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에 대해서는 신칭과 개칭이 불가피하였기 때문에 이태수는 이 내용을 정리한 후, 2009년부터 여러 학술지에 한국 기록종 버섯에 대한 신칭과 개칭을 검토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한 후, 여러 관련된 학술지에 논문으로 실어주도록 누차 요청한 바 있지만, 이 같은 요구는 여러 차례 기각되고 말았다. 아직까지도 예전에 사용되던 학명을 그대로 쓰고, 예전에 사용되던 한국명 버섯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신칭이나 개칭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진 경우가 매우 많지만, 시대적 추세를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태수ㆍ조덕현ㆍ이지열은 “Dictionary of the Fungi 10th ed.”와 “indexfungorum”의 분류 체계에 따라 “한국의 버섯 도감Ⅰ”을 2010년 출간하여 644종의 버섯을 수록하였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드시 전에 사용하던 민주름버섯목(Aphyllophorales)이나 복균강(Gasteromycetes) 등은 이제 학술적으로 부적절한 명칭이 되었고, 이에 속했던 버섯 들이 모두 다른 강, 목, 과, 속으로 바뀌었다. 분류체계가 달라짐에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종전의 학명을 비롯해서, 속, 과, 목, 강, 아문 및 문 명칭도 수없이 바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버섯에 대한 분류 체계도 마찬가지로 엄청 바뀌게 되었고, 한국말 버섯 종명이나 속, 과, 목, 강, 아문의 명칭도 엄청 바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