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일절에 청계산에 올랐다.
작년 4월에 보았던 꽃들이 혹시 피었나 해서.
요즘 온난화다 해서 꽃이 빨리 핀다고 아우성이기에.
하긴 서울근교에서도 바람꽃이다, 복수초다 하여 카페들에 오르고는 있더만.
처음으로 삼각대다 각종 렌즈다하여 사진장비을 몽땅 챙기고 배낭을 드니 왜 이리 무거운겨.
저울을 달아 보니 10.5kg.
아이구 이거 보통 일이 아니다.
여직까지 작은 디카 하나 달랑 들고 산을 찾았으니 행복한 시절이었다..
사진이 갑자기 멋있어지고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이런 중장비를 들고 산을 가야 하다니 고생길이 훤하다.
8시쯤옛골로 오르기 시작하니 그리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진 않는다.
아직 이른 시간인가?
아직 초입인데 가파라서인지, 세월이 갔는지, 가슴이 두근거리며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에라 좀 쉬어 가자.
누가 충분히 쉬어가라는 말을 기억하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맥박을 만져보니 거의 정상.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숨을 쉬는 방법을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을 해본다.
짧게 하고 있으나 좀 길게 하는 것이 좋으려나?
모르겠다. 그냥 자연스레 되는데로 하는 게 제일 좋겠지.
길옆으로 빠져 보니 길에 뭔가 떨어져 있다.
얼른 보니 나방인가, 나비의 고치. (유리산누에나방 고치란걸 나중에 배웠네요)
흔들어 보니 번데기는 없는데, 고치는 부화하여 뚤린 구멍도 없고,,, 참 신기하다.
자세히 보니 곁이 초록으로 물들어 있는게 오래된 모습이다.
번데기는 삭아서 없어졌나보다.
암튼 좋은 자료다 싶어 사진기를 들이대는데 뭐 능력이 없으니 그리 잘 되지가 않는다.
청담선생님 말씀대로 배경을 정리해야 하는데 렌즈를 통해 드려다 보니 여기저기 눈에 거슬리는 스팟이 많이 있다.
외관이 꼭 네펜데스의 포충망 비슷하다.
그냥 몇장 찍고 다시 산을 오른다.
거의 산등성이 부분까지 올라 보니 꽃은커녕 새싹도 보이질 않는다.
기이 가물가물하여 혹 다음 곳이 아닌가하여 찾아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땅이 아직 녹질 않은 걸 보니 이곳은 꽃이 피기엔 아직도 멀은 모양이다.
나침반을 보니 북동이라! 좀 세월이 걸리겠네.
허탈한 마음으로 매봉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어째 막걸리 한잔이 그리워진다.
매봉밑 막걸리 판매 아저씨는 오늘도 싱글 벙글 막걸리를 팔고 있다.
나이든 노총각(?)이라는데 누가 장가 안 보내주나.
전에 보니 추석때도 장사하고 있더만.
막걸리를 한잔하고 양파쪼가리를 된장에 찍어 먹어 본다.
뱃속이 짜르르하다.
이 맛이 바로 그맛!
속은 어떻게 될망정 첫잔의 짜릿함이란~~~~.
가만히 보니 땅콩을 새먹이로 주고 있었다.
손바닥에 올리니 동고비가 얼른 손바닥에 앉아 주어 먹는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동고비, 곤줄박이 란 놈이 눈에 많이 띈다.
나도 한번 먹이를 올려 본다.
잠시 뒤에 새가 달려 들어 먹이를 채간다.
요즘 도심에 비들기들이 손쉽게 먹이을 구할 수 있어 게을러지고, 체중이 불어, 당뇨 등 각종 합병증으로 고생을 한다더니 여기도 곧 그렇게 되겠구나.
그냥 놔 두는게 최고이긴 한데.
다시 옛골쪽으로 내려간다.
아까 찍다 말던 고치가 생각나서.
고치를 찾아 열심히 사진을 찍어 본다.
그래도 맘에 드는 건 하나도 없는데.
점심을 김밥으로 때우고, 둘레를 기웃거린다.
뭐 소재가 될 만한 것이 없나 해서다.
주위에 있는 작은 으름덩쿨(?)이 보였다.
늘어져 있는 모습을 이리저리 찍어 본다. 역광에서도 찍어 보고.
한참을 찍고 산을 내려 왔다.
한 일도 없이 어느새 오후 3시.
막걸리를 먹어서 인지 나른한 가운데 마을버스를 타자 곧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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