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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버섯/버섯이야기

야생버섯 과다채취와 그 지속가능성 문제 (최종수님 글 펌)

by 우산돌이 2010. 7. 19.

야생버섯 과다채취와 그 지속가능성 문제

야생버섯의 신비(84)

 
꾀꼬리버섯
www.naturei.net 2010-07-10 [ 최종수 ]

먼저 쓴 버섯 이야기들 가운데 “사람이 버섯을 채취하면 버섯에 해가 되나요?”(야생버섯의 신비 28)라는 글과 “야생버섯 보존과 채취윤리의 정립을 위하여”(야생버섯의 신비 66)라는 글에서 상업적인 야생버섯 과다 채취문제와 이에 따른 버섯 개체수 감소문제 및 버섯 채집에 대한 규제문제와 야생버섯 보존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쓰는 이 글도 위에서 다룬 문제들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이다.

송이(이 귀한 사진은 완초 김성갑님이 빌려 주셨다.)
www.naturei.net 2010-07-10 [ 완초 김성갑 ]

가까운 친지들과 야생버섯 관찰에 나서면 숲속에서 버섯을 만나자 마자 묻는 물음은 “이 버섯은 식용버섯인가요?” 하는 물음과 “버섯을 칼로 베는 것이 좋은가요? 아니면 그냥 손으로 뽑아도 되나요?” 라는 물음이 이어진다. 야생버섯의 식용여부는 누구나 갖는 첫 질문으로 어떻게 보면 당연한 질문이다. 그러나 칼로 베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그냥 뽑아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과 관심은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염려하는 사람들이나 던지는 질문이다. 마찬가지로 야생버섯을 지나치게 많이 채취하면 혹시 버섯이라는 산림 자원이 고갈되거나 감소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뒤 따른다. 그동안 여러 해를 두고 논의해 온 문제는 바로 야생버섯에 대한 과다한 상업적 채취문제였다. 특별히 미국을 비롯한 서양 사회에서는 송이와 꾀꼬리버섯, 그리고 곰보버섯에 대한 상업적 과다 채취로 말미암는 버섯 개체 수 감소 우려가 그 최대 관심사였다.

키다리곰보버섯 한 소쿠리
www.naturei.net 2010-07-10 [ 최종수 ]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채취하는 버섯은 미국 서부 지역에서 산불이 난 뒤에 많이 돋는 곰보버섯이다. 그런데 얼마나 많이 채취하든 상관없이 계속 산불이 지나가는 한 곰보버섯의 풍요-결핍의 순환과정 또한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송이나 꾀꼬리버섯 채취문제는 곰보버섯의 경우와 이야기가 다르다. 송이와 꾀꼬리버섯은 어떤 특정 나무와 공생관계에 있는 균근균이기 때문에 해마다 같은 장소에 돋는다. 그래서 송이나 꾀꼬리버섯이 많이 돋으려면 건강한 소나무나 참나무가 반드시 필요하다. 거기다가 송이의 경우 갓이 피어나기 전 어린 버섯의 맛이 더 좋아 값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유균일 때 다량 채취되고 있다. 따라서 갓이 피어나 포자가 방출되기 전이라 포자의 감소가 송이 개체수의 감소를 가져 올 가능성이 높다.

아팔라치안꾀꼬리버섯(임시이름)
Cantharellus applachiensis Petersen
www.naturei.net 2010-07-10 [ 최종수 ]

그래서 그 어떤 종류의 버섯이라도 칼로 베지 않고 손으로 뽑는 것(picking)이 지속가능한 일이냐는 문제 제기와 더불어 과다 채취에 대한 규제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공개적인 요청이 이루어진 것은 2005년 일이었다. 미국 오하요 주 옥스퍼드 시에 있는 마이애미대학교(Miami University of Ohio)의 Nik Money교수는 버섯 학술지인 Mycological Research(109:131-35) 잡지에 “야생버섯을 뽑는 것은 왜 나쁜 일일 수 있는가?”(Why Picking Wild Mushrooms May Be Bad Behavior?)라는 논문을 실었다. 그 논문에서 Money 교수는 버섯 채취와 대구잡이, 고래잡이 및 야생난 수집을 비교하면서, 무진장 공급되던 자원들을 사리를 위해 이용 착취함으로써 그 “무진장한” 공급이 거의ㅡ끝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누구도 상업적 고래잡이의 재개를 정당하다고 할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한 때 허용되던 조란(鳥卵) 학자들의 새알 수집활동을 다시 지지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꾀꼬리버섯 주름부분. 주름이 칼날처럼 날카롭지 않고 무딘 것이 특징이다.
www.naturei.net 2010-07-10 [ 최종수 ]

허지만 이러한 Money 교수의 의견에 대하여 Britt A. Bunyard는 버섯 채취와 대구나 고래잡이 또는 야생난 수집을 비교한 것이 온당치 않다고 동의하지 않는다. 야생란 전초(全草)나 고래, 또는 새의 알처럼 생식이나 번식에 중요한 전체 유기체(entire organism)를 수확하는 것은 버섯 채취의 경우처럼 번식의 한 구조물(a reproductive structure)을 수확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버섯 채취를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는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더 정확하게 비교하여 말한다면 버섯 채취는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아니라 사과 꽃을 따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버섯의 담자포자(basidiospores)는 대체로 단핵(單核 monokaryotic) 또는 단일 반수성 핵(a single haploid nucleus)을 가지고 있어서 사과 씨보다 사과 꽃의 꽃가루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버섯이 그 생명주기를 완성하려면 담자포자가 발아하여 즉시 다른 단핵 담자포자의 균사와 결합하여야 한다. 과일의 씨는 이미 그 자체로 번식이 가능한 후예(a reproductively viable offspring)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땅에서나 죽은 나무 또는 산 나무의 상처 부위에서 불쑥 돋아난 균류의 한 부분, 즉 버섯은 땅 속이나 버섯 배지 안에 여러 해 동안 살아있는 나머지 부분, 즉 균사체와 비교해 본다면 상당히 작은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량 채취할 수 있는 잎새버섯
www.naturei.net 2010-07-10 [ 최종수 ]

우리는 흔히 “예전에는 이 숲에 버섯이 더 많이 돋았는데.....” 하는 말로 야생버섯 과다 채취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과다 채취가 버섯의 생산 감소를 가져왔다는 염려를 뒷받침해 주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실제로 지난 십 수 년 간 강도 높은 버섯 채취에도 불구하고 그 생산성이 감소한 것 같지 않다. 강도 높은 버섯채취에 대하여 유럽 스위스에서 가장 오랜 세월에 걸쳐 광범위하게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29년 동안 500여종의 버섯들 가운데 그 어느 것도 과다 채취로 말미암아 그 생산성이 감소한 것은 없다고 한다.

노란색을 가진 뽕나무버섯
www.naturei.net 2010-07-10 [ 최종수 ]

유럽 스위스에서 행한 이른바 “The Swiss Study"외에도 북미주에서 장기간에 걸쳐 행한 야생버섯 과다 채취의 영향을 연구한 것은 바로 오리건 야생버섯연구회(OMS) 의 “꾀꼬리버섯 프로젝트”(Cantharellus Project)이다. 1986년 오리건 야생버섯연구회 회원들이 Mount Hood National Forest에서 꾀꼬리버섯이 돋는 10지역을 선정하여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이 지역에서 돋는 모든 꾀꼬리버섯을 채취하고 지역 안의 위치를 기록한 다음 채취한 모든 버섯 샘플을 말려두어 뒷날 참고하기로 하였다. 그 밖의 데이터도 꼼꼼히 기록하여 두었는데, 말하자면 칼로 버섯을 베어 채취한 지역과 순전히 손으로 뽑아 채취한 지역을 구분하여 통계를 내 보았던 것이다. 그 결과는 흥미롭고 놀라웠다. 칼로 버섯을 벤 지역에서는 꾀꼬리버섯 생산이 줄어들었고, 놀랍게도 손으로 버섯을 뽑은 지역에서는 실제로 그 생산량이 증가하였던 것이다. 스위스 연구에서도 똑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즉 버섯을 칼로 베든지 손으로 뽑든지 버섯 생산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위스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 하나는 버섯이 돋는 토양이 짓밟혀 다져진 경우에는 버섯이 적게 돋는다는 점이다.

가을이면 언제나 뽕나무버섯을 가장 많이 다량 채취할 수 있다.
www.naturei.net 2010-07-10 [ 최종수 ]

결국 장기간에 걸친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오랜 동안 야생버섯을 과다 채취한다 하여도 버섯 생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따라서 버섯 생산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버섯 채취할 때 손으로 뽑는다 하여도, 버섯 생산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버섯을 뽑아 채취하는 행위가 칼로 베어 채취하는 행위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점이다.

느타리버섯 역시 봄과 가을에 다량 채취할 수 있다
www.naturei.net 2010-07-10 [ 최종수 ]

그렇다고 하면 우리는 마구잡이로 야생버섯을 채취하여도 마냥 좋다는 말인가? 장기간 야생버섯을 과다 채취하든가 채취할 때 손으로 버섯을 뽑는다 해도 야생버섯 생산이 여전히 풍성하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야생버섯의 지속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언제나 인간의 욕망이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고 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환경파괴와 자연훼손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여 아예 야생버섯 서식지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이 문제다. 어쨌든 우리는 자연에서 야생버섯이 언제나 풍성하게 돋아나는 것에 감사하면서, 그 귀한 자원이 내 것, 또 내 세대의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이웃, 자손만대의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줄 안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매듭짓는다. “지구는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만, 모두의 탐욕을 충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참고문헌:

Britt A. Bunyard, "Do you pick or cut?: on the sustainability of wild mushroom collection," FUNGI, Volume 3:2, Spring 2010, pp. 30f. 이 글 말미에 역시 참고문헌 목록이 있다.

*인용한 간디의 말은 Leonardo Boff, Cry of the Earth, Cry of the Poor, Maryknoll, NY.: Orbis, 1997, 2쪽에 인용된 것을 제임스 콘의 환경설교(전현식 옮김)에 다시 인용된 것을 이곳에 다시 인용하였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기자
[2010-07-10 22:3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