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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버섯/버섯이야기

동의보감 속의 마발(馬勃) 이야기

by 우산돌이 2013. 3. 13.

아름다운 버섯나라

<버섯이야기 58> 고전속의 버섯(7)

 

동의보감 속의 마발(馬勃) 이야기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의약서인『동의보감』(1613년)에는 버섯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목이(木耳: 나무에 나는 버섯들), 상이(桑耳), 괴이(槐耳), 마고(蘑菰 ), 석이(石耳), 균자(菌子), 송이(松耳), 마발(馬勃 ), 복령(茯笭), 복신(茯神), 저령(猪笭), 뇌환(雷丸) 등이 수록 되어 있다.

 

말불버섯

이 중에 낯선 버섯이름 들이 등장하는데 상이는 '뽕나무에 나는 버섯', 괴이는 '회화나무에 나는 버섯', 마고는 '표고', 균자는 '땅에 나는 버섯', 뇌환은 '대나무 숲 땅속에 나는 균핵'을 가리킨다. 마발은 한글로 이라고 부기하였으며, 현대어로 '말불버섯'이다.

마발(馬勃 )의 뜻을 살펴보면 마(馬)는 말을 가리키고, 발(勃 )은 '활발하다. 발끈하다. 밀치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말 '말불버섯'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하나의 추론은 버섯의 모습이 동그란 것이 말의 불알과 유사하여 그런 이름이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식물 등의 이름에 동물에 비유해 이름을 부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봐서 그런 추론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개불알꽃, 큰개불알풀 등.


 

개불알꽃

『동의보감』에서 마발의 발생지 및 형태에 대하여 '습지나 썩은 나무에서 발생하고, 푸석푸석한 것이 자줏빛 나는 솜과 같다. 큰 것은 말(斗 : 20리터)만하고 작은 것은 되(升 : 2리터)만하다. 튕기면 자줏빛 먼지가 난다.'라고 하였고, 성질과 약효에 대해서는 '성질은 평하고 맛은 맵고 독이 없다. 목구멍이 메고 아픈 것과 악창을 치료한다.'라고 하였다.

향약집성방(1433년)에도 마발의 기록이 나와 있는데 그 내용은 동의 보감과 유사하다.
여기에서 마발의 '[향명(鄕名 우리말)]을 馬夫乙伐士叱(마부을벌사질)'으로 표기하였다. 이것은 한자를 차용한 말불버섯의 우리말 표기이다.

 

내용을 살펴 보면,
마(馬)[
(뜻을 이용한 글자)], 부(夫)[부 : 음을 이용한 글자], 을(乙)[ㄹ : 마지막 음가 이용], 벌(伐)[버 : 음을 이용한 글자. ], 사(士) [ (음을 이용한 글자)], 질(叱)[ㅅ : 말음 이용]을 이용하여
을 기록하였다 한다. 후대에 와서 버섯을 의미하는 伐士叱(벌사질)은 버섯을 의미하는 다른 한자 이(茸)로 대체되여 馬夫乙茸(마부을이 : 밀불버섯)로 표기되였다.

말불버섯(Lycoperdon perlatum Pers. ex Pers.)은 여름과 가을에 숲속이나 도로변 땅위에 군생하며 자실체는 구형으로 머리와 기부로 되어 있다. 머리부분의 윗부분은 원추형의 돌기가 있으며 성숙후에는 공구가 열려 포자를 배출한다. 좀말불버섯은 말불버섯과 유사하나 썩은 나무나 고목에서 자라는 점이 다르다. 둘 다 유균(속이 백색)일 때 식용한다.

그러나 마발(馬勃 )이『동의보감』에 기록된 바와 같이 크기가 '말'이나 '되'만 하다면 현재의 '말불버섯'과는 크기가 다르며, 차라리 댕구알버섯과 유사하다.

댕구알버섯((Lanopila nipponica (Kawam.) Kobayashi)은 정원이나 공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자실체는 백색 구형으로 직경이 20~30cm로 크고 40cm가 넘는 것도 있다. 거대한 자실체 중에 형성된 포자의 수는 직경 35cm의 댕구알버섯의 경우 약 20조개에 달한다고 한다.

댕구알버섯은 지구상에 넓게 분포한다. 단, 지역에 따라 별도의 종이 분포한다. 유럽, 북아메리카, 중국, 쟈바, 호주, 뉴질랜드 에 넓게 분포하는 종은 란게마니아 가이간티(langermannia gigantea (Batsch: Pers.) Rostkovius )로 쟈이언트팝볼(Giant puff ball : 거대한 말불버섯)이라고 한다.


댕구알버섯

 

몽골에는 흔한 버섯이라고 하는데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인도, 아프리카에는 라노필라 왈베르기(Lanopila wahlbergii Fr.) 가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댕구알버섯과 근연종이라 한다.
외관이 유사하므로 위 댕구알버섯류가 우리나라에도 혼재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

댕구알버섯이나 말불버섯은 낙엽과 토양중의 유기물을 분해하여 영양으로 하는 부생균이며, 구형의 자실체는 성숙후, 거의 썩지 않고 남아 장기간에 걸쳐 포자를 방출한다. 가을에 발생한 자실체는 다음 해 봄에도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1712년)에서 '마발은 정원내, 죽림, 들판에서 발생한다. 크기는 새알 정도이다. 회백색의 얇은 막이 있고 , 조직은 희고, 송로버섯과 닮았다. 삶아서 먹으면 맛은 담백하고 순하다. 오래된 것은 상당히 대형으로 붕괴하여 괴이하게 보인다. 그 표피는 파열되기 쉽다. 속은 흑색으로 연하고 면같은 가루를 분출한다. 지혈에 효능이 있다.'라고 한다.
크기가 새알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여기서는 지금의 말불버섯을 가리키는 것같다.

 

 

말징버섯

『동의보감』에서 인용한 명나라시대의『본초강목』(1596년)에서 '마발(馬勃)은 마비(馬疕), 마비(馬 ), 회고(灰菇), 우시고(牛屎菰), 마비발(馬勃), 마비발(馬勃)'이라 하고, 습지나 썩은 나무에서 나며 여름과 가을에 채취하고, 큰 것은 말정도 되고, 작은 것은 되만하다. 한약재로 인후종통, 실어 증상, 기침에 효과가 있으며, 또 물고기 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마발을 꿀과 섞어 환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고, 임신으로 토하거나 코피가 날 때, 그 밖에 지혈, 항염증에 효과가 있다'하였다.
마비(馬
)는 '말의 방귀(馬 )'라는 의미로 버섯을 차거나 밟거나 하면 포자가 품어 나오는 모양을 방귀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버섯의 특징을 표현한 버섯이름이다.

 

일본의『國譯本草綱目(국역본초강목)』(1929년)은 『본초강목』을 일본어로 번역한 책인데, 여기에 마발에 대한 주해가 있다.
'마발은 균류의 일종으로 거대한 공과 같은 모양으로 자연히 사람들의 눈에 띄고, 따라서 여러 지방에 방언이 있다. 후에 갈색포자가 비산하나 처음에는 내부가 백색으로 식용이다. 마발은 문헌에 나타나는 말불버섯에 한정하지 않고, 말불버섯과에 속하는 말불버섯속(Lycoperdon), Globaria, 빵버섯속(Bovista), 경단버섯속(Bovistera), Mycenastrum, Geaster 등의 속(屬) 등이 해당되고, 그 중 최다는 말불버섯이고, 두 번째는 Globaria, 빵버섯속이 사용되었다. 근연인 댕구알버섯도 마발의 일종이고, 또 다른 것으로 Lycoperdon purpurascens Berker Curt, Lycoperdon uteriforme Bull, Globaria Bovista Quel 등이 있다.'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2002년)에는 마발(馬勃)을 'Lashiosphaera nipponica Kobayashi ex Asahina 또는 대마발(大馬勃)Calvatia gigantea Lloyd (마발과 Lycoperdaceae) 의 균체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다른 이름으로 '마비(馬疕), 회고(灰菇), 마분포(馬糞包)'라고 하였다.
여기서 Lashiosphaera (Lasiosphaera의 오기로 보임) nipponica 는 댕구알 버섯을, Calvatia gigantea는 댕구알버섯 근연종을, Lycoperdaceae는 말불버섯과를 가리킨다. 마비, 회고는 중국의
본초강목에서 온 말이다.


먼지버섯

 

그러나 마분포(馬糞包)는 마분포(馬糞泡)의 오자로 보이며, 이 버섯은 마발이 아니라 말똥버섯을 가리킨다. 이는 한청문감(漢淸文監)에 기록되어 있는데 '馬糞泡 '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이 한국과 일본의 마발에 관련 된 이름 들은 중국의학서인 『본초강목』에서 인용된 것이 많다.

 

현재에도 마발이란 이름은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름이다. 현재의 마발과 관련된 중국버섯 이름을 살펴 보면 다양한 복균류의 버섯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명

학명

한국명

마발목(马勃目)

Lycoperdales

말불버섯목

첨정지성(尖顶地星)

Geastrum triplex Jungh.

목도리방귀버섯

망문마발网纹马勃)

Lycoperdon perlatum Pers.

말불버섯

두상독마발(头状秃马勃)

Calvatia craniiformis(Schwein.) Fr.

말징버섯

대독마발(大秃马勃)

Calvatia gigantia (Batsch)Lloyd
=Langermannia gigantean(Batsch : Pers.) Rostkov

댕구알버섯 근연종

연색회구균(铅色球菌)

Bovista plumbea Pers.

찹쌀떡버섯

경피마발목(硬皮马勃目)

Sclerodmatales

어리알버섯목

경피지성(硬皮地星)

Astraeus hygrometricus (Pers.)Morgan

먼지버섯

 

 

위와 같은 자료를 보면 마발은 한 버섯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댕구알버섯류, 말불버섯류, 말징버섯류, 먼지버섯류 등 다양한 복균류의 버섯류들을 총칭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우리의 고전속에서 마발(馬勃)을 '말불버섯( )'이라고 칭한 것은, 당시에 말불버섯 역시 유사한 버섯속을 총칭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후세에 들어 와 종류가 세분화 되면서 이름이 각기 붙여진 것이다.

 

 

<참고문헌>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의약품각조 / 2002.12 / 이영순 / 식품의약안전청
『동의보감』탕액편·천지운기문 / 2011.2.21/ 양승엽/ 도서출판 물고기
『동의보감』탕액편·침구편·색인/ 2005/ 동의문헌연구실 편역/ 법인문화사
『國譯本草綱目(국역본초강목)』/ 1929.6.15/ 鈴目眞海(스즈키신카이) / 春陽堂(춘양당)
『국역 향약집성방』하권/ 1989/ 맹웅재역/ 영림사
『향약집성방의 향약본초』/ 2006/신전휘 외/ 계명대학교 출판부
『借字表記 鄕名의 通時的 硏究 : 鄕藥集成方을 中心으로』/1983/
金斗燦/ 檀國大學校
『한.일 버섯명 색인집』/2002.9 / 이태수외/ Korean Forest Mushroom Society
『中國蕈菌』/ 2009.5 / 卯晓岚/ 科学出版社
『きのこ博物館』/ 2003.9.10/ 根田仁/(株)八坂書房